TSN KOREA (The Sporting News Korea 스포팅뉴스) 이슈보도팀 |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내년 1월 예정된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 3선 도전을 준비하며 체육회 정관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수차례 변경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한, 정부 사업인 태릉국제스케이트장 대체시설 부지 선정을 선거 이후로 연기하려 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선거인단 선발 방식에 '지정선거인' 제도 도입
6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박정하 국민의힘 의원이 대한체육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체육회는 2022년 말 정관을 개정해 기존에 무작위로 선발하던 선거인단 10명 중 1명을 ‘지정선거인’으로 포함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전국 228개 시군구 체육회에서 추천한 인사들이 선거인단에 반드시 포함되도록 변경한 것이다. 이는 기존 선거인단의 약 11%를 차지하는 규모로, 이 회장이 기존 체육회 조직력을 활용해 지정선거인단을 파악하고 사전 선거운동을 할 수 있게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기존 대한체육회장 선거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하여 선거 1개월 전 전산 시스템을 통해 무작위로 2만 3000명의 선거인단을 뽑고, 선거 일주일 전에 이 중 추려진 2300명이 직접 투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후보자와 선거인단 간 대면 선거운동은 금지되어 있었다.
그러나 박 의원은 “이기흥 회장이 3선에 유리한 구조를 만들기 위해 선거 규정을 개정하고, 사전 선거운동을 가능하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는 이와 관련해 "기존에는 시군구 체육회에 선거인 2명이 할당됐으나, 시군구 체육회장들이 체육회장 선거권이 없다는 불만이 계속 제기되어 이를 반영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 사업까지 선거에 이용?… 태릉국제스케이트장 대체시설 부지 선정 연기 논란
7일 이 회장이 체육회의 주요 사업인 '태릉국제스케이트장 대체시설 건립 사업'을 선거에 이용하려 한다는 의혹도 제기되었다.
체육회는 올해 3월 전국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태릉 국제스케이트장을 대신할 대체지를 공모해 신청한 7개 지자체의 실사를 9월에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8월 말 돌연 이사회에서 '태릉국제스케이트장 대체시설 부지 공모 연기'를 서면으로 의결했다.
현재 7개 지자체가 대체시설 유치 경쟁에 뛰어든 상황이다. 이 사업은 태릉선수촌 내 국제스케이트장이 2027년부터 세계문화유산 등재로 인해 사용이 불가능해지면서, 새로운 시설 건립을 추진한 것이다. 사업비만 2000억 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체육회는 당시 국가유산청의 의견과는 별도로 체육회 차원에서 태릉 국제스케이트장 존치를 목표로 연구 용역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사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체육회가 부지 선정을 계속 연기하면서, 이를 두고 ‘이기흥 회장이 특정 지자체의 표심을 얻기 위해 선거 이후로 부지 선정 절차를 미루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민의힘 정연욱 의원은 "자체 중 한 곳을 선정하면 나머지 지자체가 적으로 돌아갈 수 있어, 이기흥 회장이 이를 의식해 정부 사업을 선거에 활용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유인촌 문제부 장관은 7일 국정감사에서 "국고 2천억원이 들어가는 결정을 단순하게 국가대표 훈련장이라는 이유로 체육회가 결정하는 건 무리가 아닌가 생각한다"며 "전반적으로 (재)검토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체육회 공금으로 '3선 법률 자문'… 경쟁자 출마 막기 위한 시도?
7일 이 회장이 체육회 공금을 이용해 법률 자문을 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국민의힘 진종오 의원이 대한체육회로부터 제출받은 법률자문 요청서에 따르면, 체육회는 2021년 재선 성공 후 ‘국회의원 및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회의원직을 수행한 지 2~4년이 경과되지 않은 자의 대한체육회장 선거 후보자 등록 제한’에 대한 법률 검토를 의뢰했다.
이 자문을 통해 이 회장이 대한체육회장 선거 당시 정치인 출신 경쟁자들의 출마를 막기위해 피선거권을 제한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특히, 2021년 체육회장 선거에서 이종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출마해 21.43%를 득표한 상황에서, 이 회장이 정치인 출신 후보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는 평가다.
이 회장은 또한 올해 3월 대한체육회 정관에 명시된 ‘임원의 임기는 4년으로, 1회에 한해 연임이 가능하다’는 규정에서 예외를 적용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 법률 자문을 추가로 의뢰했다.
이에 대해 진 의원은 “이 회장은 체육회 공금을 사용해 자신의 경쟁자를 제거하고 3선 도전을 위한 기반을 다지려 했다”며, “이는 공직자로서 자질을 상실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정관 개정은 정치와 체육의 분리를 위해 실무적으로 검토한 내용”이라며, “3선 연임 검토는 언론의 문제 제기에 대응하기 위한 실무적 검토였다”고 해명했다.
이와 같은 정관 개정 및 정부 사업 연기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이기흥 회장의 3선 도전에 대한 비판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