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SN KOREA 스포팅뉴스 (The Sporting News Korea) 최민준 기자 | 축구는 언제나 예상과 현실이 다르다는 걸 증명하는 스포츠다. 그리고 이번 하나은행 K리그1 2025 개막전은 그 점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15일과 16일 이틀 동안 펼쳐진 개막 라운드는 그야말로 혼돈이었다. 시즌 개막 전 우승 후보로 거론되던 강팀들이 휘청거렸고, 승격팀과 중위권 팀들이 예상 밖의 돌풍을 일으켰다.
"강자는 없다."
이번 개막전이 던진 가장 강렬한 메시지다.

강호들의 흔들림, ‘왕좌’는 누구에게 허락될 것인가
울산 HD는 K리그1 4연패라는 위업에 도전하는 팀이다. 그리고 FC서울은 거대한 스쿼드 보강으로 ‘울산의 대항마’로 떠오른 팀이었다. 그러나 개막전이 끝난 지금, 두 팀은 그 무게에 짓눌린 듯한 모습이다.
울산은 승격팀 FC안양에게 후반 추가시간 모따의 ‘한 방’에 무너졌다. 점유율 72%, 파상공세에도 불구하고 결국 득점 없이 무너진 울산. 울산을 상대했던 팀이 신생 승격팀이라는 점에서 이 패배는 더욱 뼈아프다.
서울 역시 제주SK에 0-2로 완패했다. 김진수, 문선민, 정승원 등 대표급 선수들을 대거 영입하며 ‘달라진 서울’을 기대했던 팬들에게는 실망스러운 결과였다. 승격팀에게 패한 울산, 완패를 당한 서울. 우승후보로서의 자격이 흔들린 개막전이었다.
한편, 포항 스틸러스는 대전하나시티즌에게 0-3 완패를 당했다. 특히, 대전이 포항을 마지막으로 이긴 게 무려 15년 전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 경기는 하나의 시대가 저물었음을 알리는 신호탄 같았다.

'늦게 핀 꽃' 주민규, 개막전의 주인공
개막전의 주인공은 단연 '늦게 핀 꽃' 주민규(대전하나시티즌) 였다. K리그1 3연패를 달성한 울산의 No.9이었던 주민규는 시즌 개막을 앞두고 대전으로 이적했다. “나이 든 공격수”라는 꼬리표에도 불구하고 그는 스스로가 여전히 K리그 최고의 스트라이커임을 증명했다.
주민규는 후반 41분 헤더골에 이어 후반 44분 환상적인 마무리로 멀티골을 터뜨리며, 15년간 18경기 무승에 묶였던 대전의 포항전 징크스를 깨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울산을 떠난 주민규가 K리그 개막전 최고의 주인공이 되었다는 사실. 축구는 참으로 묘한 드라마를 쓴다.
이적생들의 활약은 주민규만이 아니었다.
- 모따(FC안양) : K리그2 득점왕 출신. 승격팀 유니폼을 입고 울산을 침몰시키는 결승골.
- 라마스(대구FC) : 부산에서 대구로 이적, 강원전에서 역전골을 터뜨리며 팀을 승리로 이끈 해결사.
- 이건희(제주SK) : 광주에서 이적 후 첫 경기에서 서울을 상대로 쐐기골 기록.
누군가 떠나고, 누군가는 새로 자리 잡는다. 개막전은 늘 그 서사를 품고 있다.

K리그,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보다
이날 개막전을 지켜본 홍명보 국가대표팀 감독은 "유럽 사무소를 설치해야 한다" 는 의견을 밝혔다. 일본은 이미 유럽에 베이스캠프를 두고 선수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한국도 이제는 더 넓은 무대를 바라봐야 한다는 그의 제언은 많은 축구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대표팀뿐만 아니라 K리그 역시 글로벌 시장을 더 의식해야 하는 시대다. 이번 시즌 하나은행이 K리그 타이틀 스폰서 계약을 2028년까지 연장한 것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K리그 역사상 최장기간 타이틀 스폰서(12년)이자 역대 최고액(연간 50억 원, 총 200억 원) 계약 규모다. K리그의 성장과 발전을 위한 든든한 지원군이 계속해서 존재한다는 것은 분명 긍정적인 신호다.

시작부터 흔들린 왕좌, 그리고 새로운 도전자들
이제 K리그1 2025 시즌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개막전에서 울산과 서울이 흔들렸고, 포항이 대전에 무너졌다. 반면, 승격팀 안양이 울산을 잡고, 대전이 포항을 격침하며 기세를 올렸다.
이제 다음 라운드의 질문은 명확하다.
"울산과 서울의 패배, 단순한 해프닝일까?"
“대전과 안양의 상승세는 계속될까?”
“K리그의 패권은 이제 새로운 강자들에게 넘어가는가?”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제 더 이상 ‘강팀’이라는 단어가 무색해진 시대가 왔다는 점이다.
하나은행 K리그1 2025 시즌, 시작부터 혼돈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 혼돈 속에서 또 하나의 축구 드라마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