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N KOREA (The Sporting News Korea 스포팅뉴스) 이슈보도팀 | 한국 스포츠와 예술계에서 ‘병역특례’는 수십 년간 논쟁의 중심에 서왔다. 최근 은퇴한 야구 스타 추신수의 해명이 이 제도에 대한 공론화를 다시 불러왔다. 2010년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특례를 받은 뒤 국가대표 차출을 거부했다는 의혹에 대해 "구단이 반대한 것"이라 해명했지만 여론은 싸늘했다.
병역특례는 1973년 도입 이후 예술·체육인의 국제적 성과에 보답하고 국가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해왔지만, 공정성 시비를 피하지 못하며 존폐 기로에 서 있다.
병역특례 제도의 출발
예술·체육 병역특례 제도는 1973년 ‘병역의무의 특례 규제에 관한 법률’을 통해 처음 도입됐다. 당시 국가적 차원에서 엘리트 체육·예술인을 양성하고 국위선양을 도모하려는 목적이 컸다. 특히 1972년 뮌헨올림픽에서 북한에 패한 것을 계기로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병역특례 제도가 마련됐다.
초기 기준은 지금보다 폭넓었다. 예술요원은 국제 음악 경연대회에서 2회 이상 우승하거나 준우승한 자, 체육요원은 올림픽·세계선수권·아시안게임 3위 이내 입상자까지 해당됐다. 이 시기, 지휘자 정명훈이 1974년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입상하며 첫 예술 병역특례자가 되었고, 체육 분야에선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레슬링 금메달을 딴 양정모 선수가 첫 사례로 기록됐다.
이후 병역특례 기준은 대회와 성과를 엄격하게 제한하는 방향으로 변화했다. 현재 체육요원의 경우 올림픽 3위 이내, 아시안게임 1위 입상자만 병역특례를 받을 수 있으며, 예술요원은 지정된 국제 및 국내 경연대회에서 입상해야 한다.
다른 나라 사례는?
병역특례가 법적으로 명시된 국가는 드물다. 징병제를 운영하는 국가에서도 한국과 같은 구조의 병역특례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가장 비슷한 사례는 대만과 이란이다. 대만은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보충역 자격을 부여하며, 올림픽 8위, 아시안게임 6위 등 일정 성과를 달성한 경우에도 특례를 허용한다. 이란은 올림픽 3위 이내, 아시안게임 금메달, 세계선수권대회 2위 입상자에게 병역 면제를 부여한다.
그 외 국가들은 상황에 따라 병역 면제를 허용하거나 대체 복무를 운영한다. 러시아는 군 합창단 ‘알렉산드로프 앙상블’ 소속 음악가들이 대체 복무를 수행하며, 이스라엘은 체육부대를 운영해 운동선수의 병역 이행을 지원한다. 이집트의 경우 축구 스타 모하메드 살라가 총리의 직권으로 병역을 면제받았다.
반면 유럽 국가들은 군 복무에 대한 거부감이 적어 예술·체육인의 병역특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튀르키예와 그리스의 경우 일정 금액을 납부하면 병역 면제를 받을 수 있는 제도를 운영할 뿐이다
특혜? 국가적 동력?
병역특례에 대한 논쟁은 크게 두 가지 시각으로 나뉜다. 찬성론은 병역 혜택이 예체능인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국가적 성과로 이어진다는 점을 강조한다. 박지성, 손흥민, 조성진, 류현진, 페이커 이상혁과 같은 인물들은 특례를 통해 글로벌 무대에서 한국의 위상을 드높였다.
반면 반대론은 성과에 따른 포상금, 연금, 광고 수익 등 이미 많은 혜택을 받는 이들이 병역 의무까지 면제받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한다. 특히 일반 병역 이행자와의 차별 문제는 매번 도마에 오른다.
최근 대중문화인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K팝 아이돌이나 배우도 병역특례 대상에 포함하자는 주장이 나오는 등 논의는 더욱 복잡해졌다. 하지만 여전히 대중문화는 병역법상 특례에서 제외된 상태다.
존폐 기로에 선 병역특례
정부와 국회의 입장도 엇갈린다. 일부는 제도 폐지를 주장하며 시대적 환경 변화와 병역자원 감소를 근거로 든다. 이기식 전 병무청장은 예술체육요원을 포함한 보충역 제도의 폐지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반면,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완전히 폐지할 수는 없으며 합당한 방안을 찾겠다”며 신중론을 펼쳤다.
국방 의무는 예외 없는 공정성의 상징이다. 병역특례가 국가적 성과를 위한 정당한 보상인지, 아니면 시대착오적 특혜인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공정성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국가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글=최민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