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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ESG 칼럼] '야구장 갔다 돌아오지 못한 딸'... 창원NC파크 참사, 책임은 누구에게

창원NC파크서 구조물 낙하…20대 여성 관중 참변, 스포츠장 안전 경고음
구단 vs 지자체, 책임 공방만 반복…그 사이 ‘안전 사각지대’ 방치
다시는 이런 비극 없도록…책임 규명과 재발 방지, 이제는 행동할 때

 

TSN KOREA 스포팅뉴스 (The Sporting News Korea) 최민준 기자 |  지난 3월 29일, 경남 창원NC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LG 트윈스의 경기 중, 외벽 구조물이 관중석으로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알루미늄 소재의 루버가 경기 중 낙하해 20대 여성 관중이 머리를 크게 다쳤고, 사고 이틀 만에 숨졌다. 그 외 두 명도 각각 쇄골 골절과 타박상을 입었다. 해당 구조물은 약 17.5m 높이에서 떨어졌으며, 사고 당시 경기장은 프로야구 시즌 개막전을 맞아 수많은 팬들로 붐비고 있었다.

 


창원NC파크 참사, 책임은 누가 지나

이 사고는 단순한 설비 문제를 넘어, 시설 운영 주체의 책임 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될 수밖에 없는 사건이다. 창원NC파크는 창원시가 소유하고, NC 다이노스가 운영권을 위탁받은 구조다. 이 과정에서 관리 책임이 모호하게 나뉘어 있다는 점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공단은 "주요 구조부 보수는 자신들의 역할이고, 일상 점검은 NC 몫"이라고 설명하지만, '알루미늄 루버'와 같은 부속물에 대한 구체적 관리 책임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

 

경찰은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며,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도 검토하고 있다. 해당 법은 공중이용시설의 관리상 결함으로 인해 사망자가 발생할 경우, 시설 관리자나 사업주에게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한다. 이번 사고가 이에 해당할 경우, 창원시와 NC 다이노스 중 누가 시설의 실질적인 관리 주체였는지 여부에 따라 법적 책임이 결정될 수 있다.

 


 

책임 규명에 사로잡혀 예방을 놓치면 안된다
 

사고가 발생한 지금,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명확한 책임 규명이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중요한 것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예방 시스템의 구축이다. 야구장은 단순한 오락 공간이 아니라 시민들이 믿고 찾는 공공적 공간이다. 아무리 최신 시설이라 해도, 관리와 점검이 소홀하면 참사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창원NC파크는 ‘신축 구장’으로 분류되지만, 이번 사고는 그 관리 체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일깨운다.
 

이 지점에서 ESG 경영의 중요성, 특히 ‘사회(S)’ ‘지배구조(G)’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사회(S)’는 기업이 시민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할 책임을 포함한다. 단지 수익을 내는 조직이 아닌,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기본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뜻이다. 또한 ‘지배구조(G)’는 사고 발생 시 책임과 역할이 명확하게 작동하는 시스템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번 사고에서는 두 축 모두가 허술했다.
 

 

NC 다이노스는 시민과 직결된 프로스포츠 구단이고, 창원시는 공공의 주체로서 시설의 실질적 관리 책임을 나누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고 이후에도 구조물 관리 주체를 명확히 밝히지 못하는 상황은, 곧 지배구조의 실패를 보여준다. 조직 간의 책임 소재가 모호하다면, 그 사각지대에서 결국 시민이 희생될 수밖에 없다.
 

결국 중요한 것은, 사고 후 책임 공방에 머무르지 않고, ‘책임을 나누는 구조’‘사고를 막는 시스템’, 즉 ESG 관점의 운영체계를 만드는 일이다. 팬의 생명을 지키는 일은 단순한 도의적 책임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스포츠 산업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예방은 선택이 아니라, 더는 미룰 수 없는 의무다.

 


앞으로의 관리·감독 체계는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

먼저, 시설 관리 책임을 공공과 민간이 나눠 맡는 구조라면, 그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구분하고 서류화해 정기 점검과 사고 대응 체계로 연결시켜야 한다. "누가 해야 하는지 몰랐다", "점검 대상이 아니었다"는 말은 어떤 생명도 구하지 못한다.
 

둘째, 모든 구단과 지자체는 전면적인 시설물 점검 매뉴얼을 새로 마련해야 한다. 외벽 부착물, 간판, 광고물 등 소외된 영역까지 포함해 주기적이고 실효성 있는 점검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점검 기록은 투명하게 공개되고, 점검 결과에 따른 보강 조치도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
 

셋째, 팬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 문화가 현장에서 자리 잡아야 한다. 이는 ESG 경영의 핵심 중 하나이며, 기업 이미지 이상의 신뢰 자산으로 작용한다. ‘관중의 안전’은 더 이상 선택 사항이 아니다. 관중이 떠나면 구단도 존재할 수 없다.
 


이번 사고는 누구의 잘못인가를 묻기 이전에,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경고다. 프로야구는 국민 스포츠이자, 시민들의 일상 속 여가 공간이다. 그 공간이 생명을 위협하는 곳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책임 소재는 철저히 밝혀져야 한다. 동시에 프로야구 전체, 나아가 공공시설 운영 전반에 있어 ‘안전’이라는 기본을 되짚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구단과 지자체는 이제 ‘책임’을 피할 것이 아니라, 앞장서야 한다. 팬이 믿고 찾을 수 있는 야구장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지금 이들이 사회 앞에 보여줘야 할 최소한의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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