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SN KOREA 스포팅뉴스 (The Sporting News Korea) 최민준 기자 | “기회가 다시 안 올 수도 있는데, 한 번 해볼래?”… 15년 차 투수의 대답은 ‘YES’였다.
LG 트윈스의 '원클럽맨' 임찬규(32)가 프로 데뷔 15년 만에 첫 완봉승을 따냈다. 팬들은 이 특별한 순간에 “낭만이 살아있다”는 찬사를 보냈다.
임찬규는 2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5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의 홈 경기에 선발 등판해 9이닝 동안 단 2안타 2볼넷만을 허용하며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투구 수는 딱 100개. 그는 단 한 명의 구원투수도 없이 마운드를 홀로 지키며 LG에 3-0 승리를 안겼다. 그의 프로 첫 완봉승이었다.
2011년 LG에 입단한 임찬규는 15년간 LG 유니폼만 입은 ‘원클럽맨’이다. 이날 경기 후 중계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염경엽 감독님이 9회 시작 전 ‘기회가 다시 오지 않을 수도 있는데 한 번 해볼래?’라고 물으셨고, 저는 ‘도전해보겠다’고 답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대부분의 투수가 시즌 첫 등판에서는 몸 관리를 위해 투구 수를 제한한다. 하지만 염 감독은 임찬규에게 흔치 않은 ‘영광의 기회’를 부여했고, 임찬규는 이를 완벽하게 살려냈다.
KBO리그에서 시즌 첫 등판에 완봉승을 기록한 건 이번이 26번째다. 마지막 사례는 2020년 5월 5일 한화 외국인 투수 워윅 서폴드가 개막전에서 SK(현 SSG)를 상대로 완봉승을 거둔 것이었다. 이후 5년 만에 다시 같은 장면이 연출됐다.
최근 KBO리그에서는 완봉승 자체가 드물다. 9회를 무실점으로 채우는 상황 자체가 희귀한 데다, 선수들 사이에서도 완봉을 위해 무리하지 않는 분위기가 정착됐기 때문이다. 특히 토종 투수의 완봉은 더욱 보기 어렵다.
2024시즌에는 외국인 투수 4명만이 완봉승을 기록했다. 케이시 켈리(LG), 에런 윌커슨(롯데), 코너 시볼드(삼성), 캠 알드레드(KIA)가 그들이다. 이 중 알드레드는 5이닝만 던지고 강우 콜드게임으로 완봉승을 챙겼다. 국내 투수의 완봉승은 단 한 건도 없었다.

임찬규 이전 마지막 토종 완봉승은 고영표(kt wiz)의 2022년 6월 11일 롯데전이었다. 임찬규는 그로부터 2년 9개월 만에 ‘토종 완봉’을 다시 써냈다.
이와 함께 LG 소속 국내 선발투수의 완봉승 기록도 갱신됐다. 마지막 기록은 정찬헌(현 키움 코치)이 2020년 6월 27일 SK전에서 완봉을 거둔 것이었다. 임찬규는 정찬헌 이후 5년 만에 ‘LG 토종 선발의 완봉승’을 이룬 주인공이 됐다.
‘완투를 권하지 않는 시대’에 낭만을 던진 임찬규. 그의 뚝심 있는 도전은 팬들의 마음에 오래도록 남을 명장면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