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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불가능은 없다"… 난민 소년에서 리버풀 잡은 감독으로, FA컵 기적 쓴 무슬리치

리버풀, 플리머스에 0-1 패배... FA컵 16강 진출 실패


TSN KOREA 스포팅뉴스 (The Sporting News Korea) 최민준 기자 | 잉글랜드 축구협회(FA)컵 4라운드에서 축구 팬들의 가슴을 울린 ‘기적’이 탄생했다.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리그) 최하위 플리머스 아가일이 프리미어리그(PL) 선두 리버풀을 1-0으로 꺾으며, 역사에 남을 ‘자이언트 킬링’을 이뤄냈다.

 

플리머스는 10일(한국시간) 영국 플리머스 홈 파크에서 열린 리버풀과의 2024-2025 FA컵 32강전에서 전반 8분 라이언 하디의 페널티킥 골을 끝까지 지켜내며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경기 내내 25%-75%의 점유율 열세 속에서도 철벽 수비와 골키퍼의 선방으로 세계 최고 리그 중 하나인 PL의 1위 팀을 무너뜨렸다.
 

챔피언십 최하위 팀이 리그 선두를 잡은 이변에 팬들은 뜨거운 환호를 보냈다. FA컵 역사상 PL 선두가 1부리그가 아닌 팀에 패배한 것은 2002년 리즈, 2015년 첼시, 2018년 맨체스터 시티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다. 플리머스가 리버풀을 꺾은 것은 무려 69년 만의 일이다.
 

 

이날 승리의 중심에는 지난달 플리머스의 지휘봉을 잡은 미론 무슬리치(42) 감독이 있었다. 지난해 12월 벨기에 세르클러 브루게에서 성적 부진으로 경질된 후, 그는 챔피언십 최하위 플리머스로 부임했다.
 

리그 첫 4경기에서 2무 2패로 부진했던 그는 지난 2일 웨스트 브로미치를 상대로 팀의 15경기 연속 무승(7무 8패) 사슬을 끊었다. 그리고 불과 8일 만에 FA컵에서 리버풀을 제압하며 팀을 새로운 국면으로 이끌었다.
 

무슬리치 감독은 보스니아 비하치 출신으로, 1992년 보스니아 전쟁 당시 가족과 함께 오스트리아로 피신한 난민 출신 지도자다. 그는 “한밤중 손에 잡히는 것만 챙겨 650㎞를 이동했다. 부모님은 평생 힘들게 살아오셨다”고 회상했다.
 

그의 아버지는 30년 넘게 웨이터로 일했고, 어머니는 청소부로 생계를 이어갔다. 무슬리치 감독은 “부모님은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는 일을 해내셨다. 그들이 없었다면 오늘의 나는 없다”고 강조했다.

 

 

무슬리치 감독은 선수 시절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바커에서 프로 데뷔해 2017년까지 활약했다. 이후 2018년 리트(오스트리아)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그는 7년 만에 FA컵에서 ‘대어 사냥’에 성공했다.

 

그는 “축구는 국적이나 출신 배경이 중요하지 않은 스포츠”라며 “경기장에서는 오직 실력만이 존재한다. 축구를 통해 인생이 바뀌었고, 선수들에게 불가능은 없다고 강조한다”고 말했다.
 

이어 “라커룸을 보면 전 세계에서 온 선수들이 한 팀이 되어 지낸다. 세상이 하나의 라커룸과 같다면 얼마나 멋진 곳이 될까”라고 덧붙였다.
 

FA컵 역사에 남을 기적을 일군 무슬리치 감독과 플리머스. 이들이 앞으로 또 어떤 이야기를 써 내려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