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N KOREA (The Sporting News Korea 스포팅뉴스) 조하은 기자 |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지난 7월부터 대한축구협회(이하 축구협회)의 감독 선임 절차와 관련해 진행한 감사에 따르면, 협회가 홍명보 감독과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여러 차례 규정을 어긴 사실이 드러났다. 문체부는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감사 중간발표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공개했다.
문체부는 이번 감사에서 홍명보 감독의 선임 과정에서 규정 위반이 있었다고 밝혔다. 당시 정해성 전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이 1순위로 홍 감독을 선정했으나, 그가 갑작스레 자리에서 물러난 후 대표팀 감독 권한이 없는 이임생 기술총괄이사가 선임 작업을 주도했다는 것이다.
협회 측은 이임생 이사에게 감독 추천 권한이 있었다는 근거로, 정해상 위원장이 사임 의사를 밝히며 최종 후보자들에 대한 대면 협상 진행 및 이사회 추천 등을 축구협회가 대신해 진행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축구협회는 정해상 위원장의 요청에 따라 해당 역할을 이임생 기술총괄이사에게 맡긴 것이라는 해명이다.
그러나 문체부는 감독 추천권 위임에 있어서 “정 위원장이 축구협회에 감독 추천권을 재위임할 권한까지 넘긴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협회의 주장을 반박했다.
특히, 이임생 기술이사가 거스 포예트와 다비드 바그너 등 외국인 감독 후보자 2명과의 해외 면접 후 홍명보 감독을 면접했는데, 이 과정에서 다른 후보들과 달리 ▲사전 인터뷰 질문지 없이 ▲참관인 없이 ▲기술이사 단독으로 ▲장시간 대기 후 자택 근처에서 ▲늦은 시간 면접을 진행했다. 문체부는 이러한 과정이 불투명하고 불공정했다고 지적하며, 이임생 기술이사가 정식 권한 없이 홍 감독을 1순위로 추천한 점을 절차 위반 사항으로 꼽았다.
문체부는 이번 감사의 첫 번째 원인으로 정몽규 회장의 지시를 꼽았다. 정 회장이 정해성 위원장에게 홍명보 감독 외에 다른 외국인 후보자들도 직접 면접하고 오라고 지시한 점이 논란의 시작이었다는 것이다. 정 위원장은 이 지시 이후 건강 악화를 이유로 사의를 표명했고, 이후 이임생 이사가 감독 선임 작업을 이어받으면서 절차적 문제가 발생했다고 문체부는 설명했다.
감사 결과, 문체부는 절차상 하자가 있었지만 홍명보 감독과의 계약이 무효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최현준 문체부 감사관은 “홍 감독의 선임 절차에 문제가 있었지만, 감독 선임의 최종 결정 권한은 축구협회에 있다”며 “협회가 국민 여론과 상식, 공정이라는 관점에서 자율적으로 판단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문체부는 클린스만 전 감독의 선임 과정에서도 문제가 있었음을 지적하며, 축구협회가 관련 절차를 준수하지 않고 불투명하게 업무를 처리한 부분을 비판했다.
전력강화위원회의 주도로 진행되어야 할 감독 면접을 축구협회장이 직접 나서면서 전력강화위원회의 기능이 무력화됐고, 이사회 선임 절차도 생략됐다. 또한, 문체부는 이러한 불공정 선임 논란이 불거지자 축구협회가 허위 반박자료나 보도설명자료를 배포하여 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했다고 판단했다.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지난달 24일 국회 문광위 현안 질의에서 “불공정한 절차로 홍명보 감독이 임명됐다면 공정한 절차를 다시 거쳐야 한다”며 재선임 절차의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문체부는 축구협회의 감독 선임 관련 감사뿐 아니라 운영 전반에 대한 감사도 진행하고 있으며, 최종 결과는 10월 말 발표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정몽규 축구협회장의 4선 도전 여부와 천안 축구종합센터 건립 과정에서 발생한 600억 원대 마이너스 통장 개설 문제 등도 다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중간발표는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큰 만큼, 최종 감사 결과 발표 전에 중간 발표를 진행하게 됐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 또한 “국민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축구 대표팀 감독 선발 과정은 공정하고 책임 있게 진행되어야 한다”며 진상 규명과 개선 방안 마련을 지시한 바 있다.
문체부는 이번 사안을 계기로 축구협회가 내부 절차를 정비하고, 향후 감독 선임 과정에서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개선책을 마련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