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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스포츠 칼럼] 이정효의 도전, 광주의 방식으로 왕국을 흔들 수 있을까

이정효 감독, "모 아니면 도... 약점 파고들 것"
광주vs알 힐랄, 26일 오전 1시 30분 ACLE 8강 1차전 격돌

 

TSN KOREA 스포팅뉴스 (The Sporting News Korea) 최민준 기자(기사, 영상) | '불가능의 반대말'의 대명사, 광주FC가 그렇게 불리는 근거는 무엇일까. 그리고 과연 선수단 몸값만 20배(약 2,919억원 vs 139억 원)가 넘는 팀과의 싸움에도 그 문장이 성립될 수 있을까.

 

오는 26일 오전 1시 30분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8강 1차전. 단 한 팀의 K리그1 생존자 광주FC가 사우디아라비아의 절대 강자 알 힐랄 SFC과 맞붙는다. 상대는 무려 ACL 통산 4회 우승, 9회 결승 진출의 '중동 왕국'. 그러나 광주의 사령탑 이정효 감독은 한 치의 주저함 없이 이렇게 말했다.

 

"상대를 어떻게 공격할 건지만 생각했습니다"

 

이 도발적이면서도 담대한 발언 속엔 광주만의 전술적 색깔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4월 26일 오전 1시 30분, 사우디 제다 킹 압둘라 스타디움에서 펼쳐질 이 대결은 단순한 전력 차 이상의 '철학 대결'이 될 가능성이 크다.

 

 

광주는 이정효 감독의 지도 아래 K리그에서도 가장 독창적인 전술 시스템을 가동 중이다. 핵심은 수적 우위 기반의 빌드업과 전방 압박, 그리고 전환 속도에 있다. 골키퍼 김경민을 포함한 빌드업 라인은 상황에 따라 백3를 형성하며, 수적 우위를 통해 상대의 압박을 무력화시킨다. 여기에 좌우 풀백 김진호, 조성권의 중앙 수렴은 중원 장악력까지 끌어올린다. 특히 김진호는 인사이드 풀백 역할로 수비와 미드필드 라인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포지션 유동성'의 핵심축을 맡고 있다.

 

공격 전환 시에는 오후성, 아사니 등 빠른 윙어를 활용한 패턴화된 스위칭 플레이가 빛을 발한다. 또한 광주의 프레싱은 단순한 압박이 아니다. 상대 빌드업의 약점을 유도해 놓고, 해당 구역에 수비 자원을 집중 투입해 차단과 전환을 동시에 노리는 '유도형 압박'이다. 이 같은 세밀한 전술 구현은 광주의 탄탄한 훈련량과 선수들의 높은 전술 이해도에서 비롯된다.

 

 

그렇다면 알 힐랄을 상대할 이정효 감독의 전략은 어떨까. 이 감독은 "결국은 약점을 파고들어서 골을 어떻게 만들어내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이라며 "모 아니면 도"라고 표현했다. 알 힐랄은 칼리두 쿨리발리, 주앙 칸셀루, 후벵 네베스 등 세계적인 자원들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정효 감독은 '사우디 출신 국가대표'들의 플레이를 더 깊이 분석했다고 밝혔다. 이는 즉, 개별 선수보다 '조직으로서의 약점'을 공략하겠다는 의도다.

 

초반 15~20분은 미드블록 혹은 수비 블록으로 전개하다, 이후에는 적극적인 전방 압박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상대의 압박을 침착하게 풀어내는 광주의 빌드업 특성상, 전반을 무실점으로 마치고 후반 체력적 우위를 바탕으로 한 역습 전개가 이 경기의 '승리 시나리오'로 읽힌다. 미드필더 하강을 통한 5백 전환, 그리고 프레싱 라인에서의 압도적 숫자 구성은 알 힐랄의 공격을 지연시키는 동시에, 역습 루트의 출발점을 만들어줄 열쇠가 될 것이다.

 

 

한편, 광주 공격수 헤이스는 "중동은 처음이지만, 자신감을 잃지 않고 광주만의 축구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정효 감독 역시 "이 경기는 단순한 승부를 넘어, 선수들에게 인생을 발전시킬 기회"라고 강조했다.

 

결국, 이정효 감독은 광주다운 방식으로 광주만의 축구를 하겠다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그것이야말로 ACLE 무대에 남은 단 하나의 K리그 팀이 '왕국의 균열'을 만들어낼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이기는 축구'가 아니라, '의미 있는 축구'를 준비한 광주의 밤은 그렇게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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