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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스포츠

[스포츠 칼럼] 탁구대 위의 이별과 새로운 시작: 신유빈과 전지희의 '마지막 랠리'

전지희, 탁구 선수로서 마지막 경기 상대 '황금 콤비' 신유빈
"유빈이와의 마지막 경기가 특별하게 느껴졌다" 전지희, 눈물의 은퇴식
신유빈 "전지희 선수는 내게 최고의 파트너"

 

TSN KOREA 스포팅뉴스 (The Sporting News Korea) 최민준 기자 | 싱가포르의 조명이 쏟아지는 경기장 한복판, 두 선수가 서로를 마주 보았다. 한 명은 14년간 한국 여자탁구를 대표하며 수많은 영광을 안겨준 베테랑이었고, 다른 한 명은 한국 여자탁구의 미래를 이끌어갈 차세대 에이스였다.
 


싱가포르에서의 마지막 포옹, 황금 콤비가 남긴 것

전지희(33)가 은퇴 무대를 치른 이날, 그의 마지막 상대는 다름 아닌 ‘황금 콤비’ 신유빈(21)이었다.
 

경기는 신유빈의 3-0 완승으로 끝났다. 하지만 스코어는 중요하지 않았다. 마지막 포인트가 결정된 순간, 두 선수는 서로를 향해 걸어가 따뜻한 포옹을 나눴다. 그리고 하트를 함께 그리며 마지막 추억을 남겼다. 그것은 단순한 경기 이상의 의미를 지닌 순간이었다.
 

전지희는 눈물을 흘리며 “(신)유빈이와의 마지막 경기가 특별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신유빈 역시 “전지희 선수는 내게 많은 것을 가르쳐줬고, 최고의 파트너였다”고 회고했다.
 

전지희는 싱가포르 스매시를 끝으로 14년간의 선수 생활을 마무리했다. 그는 단순한 ‘귀화 선수’가 아니었다. 한국 여자탁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업적을 남긴 선수 중 한 명이었다.

 


전지희, 귀화 선수에서 한국 여자탁구의 중심으로
 

중국 허베이성 랑팡에서 태어난 전지희는 2008년, 15살의 나이에 한국으로 건너왔다. 중국에서는 국가대표 승선이 어려웠지만, 한국에서는 자신의 꿈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그는 2011년 귀화를 선택하며 한국 여자탁구의 새로운 중심이 되었다. 올림픽 동메달, 세계선수권 은메달, 아시안게임 금메달 1개, 동메달 5개, 아시아선수권 금메달 1개, 은메달 3개, 동메달 2개, 종합선수권 3회 우승까지 귀화 선수 중 가장 화려한 커리어를 쌓았고, 한국 여자탁구의 역사를 새롭게 썼다.
 

특히 2023년 세계선수권에서 신유빈과 함께 여자복식 은메달을 따내며 36년 만에 결승 진출이라는 기록을 세웠고, 같은 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까지 합작했다.
 

그러나 2024년, 전지희는 스스로 국가대표를 반납하며 새로운 길을 선택했다. 미래에셋증권과도 계약을 연장하지 않았고, 오랜 시간 몸담았던 한국 대표팀을 떠났다. 그리고 싱가포르에서의 마지막 경기를 끝으로, 전지희는 한국 여자탁구를 위해 싸운 14년간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전지희 대체자' 새로운 신유빈 파트너는 누구?
 

전지희의 은퇴로 가장 큰 변화를 맞이한 이는 바로 신유빈이었다. 21살의 그는 이제 한국 여자탁구의 중심이 되어야 할 책임을 짊어지게 되었다.
 

문제는 복식이다. 전지희와의 ‘황금 콤비’가 해체되면서, 신유빈은 새로운 복식 파트너를 찾아야 했다. 이번 싱가포르 스매시에서는 이은혜(대한항공)와 호흡을 맞췄지만, 결과는 32강 탈락이었다.
 

두 선수는 첫 게임을 따내며 좋은 출발을 보였지만, 이후 세 게임을 연속으로 내주며 1-3 역전패를 당했다. 오른손잡이끼리의 조합에서 오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고, 훈련 시간이 부족했던 것도 패인의 원인이었다.
 

한국 여자탁구 대표팀의 석은미 감독은 진천선수촌 훈련을 통해 최적의 복식 파트너를 찾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쉽지 않은 과제다. 전지희처럼 신유빈과 완벽한 호흡을 맞출 왼손잡이 선수를 찾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현재 대표팀 내 왼손잡이 선수로는 김성진(삼성생명)과 유한나(포스코인터내셔널) 등이 있지만, 경험 면에서 전지희를 대체하기에는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이에 따라 신유빈은 다양한 선수들과 조합을 실험하며 최적의 복식 파트너를 찾는 긴 여정을 떠나야 한다.
 


전지희 없는 한국 여자탁구, 새로운 시대의 시작
 

전지희가 떠난 이후, 한국 여자탁구는 분명 한 차례의 격변을 겪을 것이다. 하지만 변화는 곧 기회이기도 하다.
 

전지희와 함께한 시간 동안 신유빈은 세계 정상급 선수로 성장했다. 이제 그는 단순한 ‘유망주’가 아니라, 한국 여자탁구를 이끌어갈 ‘에이스’다.
 

복식 조합이 정립되지 않은 만큼, 앞으로의 과정에서 시행착오는 불가피하다. 그러나 새로운 파트너와의 호흡을 맞춰가는 과정 속에서, 신유빈은 더욱 강해질 것이다.
 

전지희가 한국 여자탁구에 남긴 유산은 크다. 하지만 이제 신유빈은 홀로서기를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팬들은 그가 다시 한 번 한국 여자탁구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지, 기대 어린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다.
 

탁구대 위에서 흘린 땀과 눈물이 새로운 승리로 이어질 그날을 기다리며, 한국 여자탁구의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