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N KOREA (The Sporting News Korea 스포팅뉴스) 이슈보도팀 |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두산 베어스 선수 8명에게 향정신성 약물 대리 처방 혐의로 사회봉사 80시간의 처분을 내린 가운데, 이 사건은 스포츠계의 뿌리 깊은 권위주의와 비민주적 지배구조가 초래한 결과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선배의 강압에 따른 불법적 지시를 거부하지 못한 선수들, 묵인과 은폐로 이어진 사태에 대한 책임 소재, 그리고 이를 방치한 구단과 리그의 대응까지, 이번 사건은 스포츠계가 진정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가치를 실현하는 데 얼마나 미흡한지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KBO는 5일 상벌위원회를 통해 김민혁, 김인태, 박계범 등 두산 소속 8명이 오재원의 강압으로 인해 병원에서 향정신성 약물을 대리 처방받아 전달한 사실을 확인하고, 이들에게 KBO 규약 제151조 ‘품위손상행위’에 근거해 사회봉사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KBO는 선수들이 거부하기 어려운 압력 하에 있었다는 점과 구단 조치로 인해 시즌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 점을 고려해 출장 정지 대신 사회봉사로 대체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선수들이 단순히 잘못된 결정을 내린 문제를 넘어, 스포츠 조직 내부의 구태의연한 권위주의와 폐쇄적 문화를 반영하고 있다. ESG 정신에서 강조되는 ‘사회적 책임’과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지속 가능한 스포츠 생태계는 구성원 모두의 안전과 존엄성이 보장되어야 가능하지만, 이번 사건은 선배의 강압적 태도가 조직 내에서 어떠한 문제의식도 없이 받아들여지고, 후배들이 이를 거부할 권리조차 누리지 못하는 현실을 보여주었다.
특히, 오재원이 구단 내 어린 선수들에게 의료용 마약류를 대리 처방받게 하고, 거부하는 후배들에게 욕설과 협박을 가한 점은 심각한 윤리적 문제이자 인권 침해로 해석된다.
검찰 조사에서 드러난 바에 따르면, 오재원은 팀 내 입지가 불안정한 후배들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강요와 압박을 행사하며 자신의 영향력을 악용해왔다. 이러한 행동은 ESG의 지배구조 측면에서 용납될 수 없는 일로, 이를 방치한 구단 역시 책임을 피할 수 없다.
두산 구단은 문제가 불거진 3월 말 자체 조사를 통해 사실을 파악하고, 4월 초 KBO 클린베이스볼센터에 이를 신고했다고 밝혔지만, 이미 선수들은 시즌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며 피해를 겪었다.
KBO가 단순히 사회봉사 처분에 그치는 결정을 내린 것은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는 데 미흡한 대응으로, 진정한 ESG 정신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리그와 구단의 책임 있는 행동과 시스템 개선이 요구된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개인의 일탈을 넘어, 스포츠계 전체에 만연한 비민주적이고 권위적인 문화가 선수들의 신체적·정신적 안전을 위협하는 구조적 문제라는 점을 시사한다.
ESG의 관점에서, 스포츠계는 구성원 모두의 존엄성을 보장하고, 부당한 압력과 강압에서 자유로운 환경을 조성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시점이다.
글=최민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