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N KOREA (The Sporting News Korea 스포팅뉴스) 이슈보도팀 | 대한축구협회의 각 종 의혹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몽규 회장의 4선 연임 출마를 놓고 논란이 뜨겁다.
지난 2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 현안 질의에 증인으로 나서 자진 사퇴 뜻을 묻는 질문에 정 회장은“앞으로 잘 생각해서 현명하게 결정하겠다.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놓고 생각해 보겠다”고 즉답을 피한 바 있다.
이날 열린 질의에서 정 회장이 수장으로 있는 HDC 현대산업개발과 유착 의혹 관련해, 협회가 추진 중인 천안 축구종합센터에 'HDC아레나'라는 명칭이 가상 디자인에 포함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에 국회의원들은 사실상 축구협회를 사유화한 것이 아니냐며 정회장을 집중 추궁했다.
이전부터 정 회장이 4번째 연임 도전 의지가 확고하다는 소문 속에 올해 아시아축구연맹(AFC) 집행위원으로 선출되며, 이를 두고 4선 도전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 아니냐는 시각이 우세하다. 그러나 체육계와 정부 내에서는 그의 연임을 곱게 바라보지 않는 기류가 뚜렷하다.
정 회장, 축구협회장 4선 도전… 집요한 이유는?
정 회장이 축구협회의 선임과정 관련한 각종 의혹과 사유화 논란에도 이토록 축구협회장직을 고수하려는 배경에 이목이 집중된다.
2013년부터 대한축구협회장을 맡아온 정 회장은 이미 3차례 연임에 성공했으며, 그의 임기는 2025년 1월에 종료된다. 원래 체육 단체 임원은 3선까지만 가능하지만, 최근 예외 규정이 생기면서 정 회장의 4선 도전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정 회장이 축구협회장직을 놓지 않으려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분석된다. 첫 번째는 그의 회장직이 자신과 HDC현대산업개발을 보호하는 일종의 ‘방패막이’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FIFA 정관에 따르면 축구 연맹이나 협회는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하며, 정부가 과도하게 축구협회 운영에 개입할 경우 제재를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정 회장이 회장직을 유지하는 것이 그에게 정치적, 사업적 보호막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두 번째 이유는 현대가(家)의 축구협회 계승에 대한 사명감이다. 정몽준 전 축구협회장 시절부터 현대가는 축구협회를 가업처럼 이어왔다. 정 회장도 이 전통을 이어가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현대가가 대한축구협회를 계속해서 이끌어 가는 명분을 만들기 위해 정 회장이 자리를 지키려 한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정부·축협 전쟁… 문체부 여야 ‘정몽준 사퇴’ 한 목소리
정 회장의 연임을 둘러싼 갈등은 단순한 축구협회 내 문제가 아니다. 윤석열 정부는 2022년 발생한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망사고 이후 부실기업이라는 질타를 받으며 현대산업개발을 못마땅하게 여겼다.
이에 대한 시선을 돌리기 위해 정 회장은 2023년 아시안컵 유치 등을 추진했지만, 한국은 0표로 참패하며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그 후 축구협회와 정부 간의 갈등은 더욱 심화되었고, 최근 문체부가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과 축구협회 운영에 대한 감사를 착수하면서 정 회장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최근 한 방송과 인터뷰에서 정 회장을 두고 “요즘 국민 여론을 보면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는 게 명예롭지 않나 생각한다”며 사실상 퇴진을 요구했다.
문체부 장미란 2차관 역시 지난 7월 "많은 이들이 축구협회가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궁금해한다"고 말하며 축구협회 운영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낸 바 있다. 그러나 문체부가 직접적으로 축구협회 회장을 징계할 권한은 없기 때문에, 여론이 정 회장을 몰아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해 24일 국회 현안질의에서 여야의 사퇴에 대한 집중 추궁도 이어졌다.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축구 팬들 사이에서는 정몽규 회장이 물러나야 할 이유가 10가지나 돈다. 밑의 임원들을 다 갈아치우거나 직접 물러나는 것 중 하나는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김재원 조국혁신당 의원은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을 국내파 감독으로 하면서 예산도 줄이고, 대한민국축구센터 건립의 예비 타당성 조사를 받지 않기 위해 정부 지원도 받지 않았다"면서 "모든 행동은 4선 연임을 위한 포석으로 귀결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 회장에게 “4연임을 안 한다고 이 자리에서 말할 수 있느냐”고 압박했다.
정회장 자서전 출간도 , 연임을 위한 '점수 쌓기'?
정 회장은 지난 7월 자서전 ‘축구의 시대’를 출간하며, 축구협회장직을 계속해서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한 바 있다. 책에서 그는 “어느 종목도 성적이 나쁘다고 회장을 퇴진시키지는 않는다”고 밝히며 사퇴론을 일축했다. 이어 자신이 이룬 성과에 대해 10점 만점에 8점을 자평하며, 자신의 임기 동안 이룬 성과를 강조했다.
축구협회 내외부에서는 이를 두고 “4선 도전을 염두에 둔 ‘점수 쌓기’로서 연임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려는 의도”로 해석하며 결국 정부 칼날에서 자신과 회사 지키고, 축구협회의 현대家 계승 위해서도 물러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축구 관계자들은 정 회장이 K리그 선거인단을 장악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으며, 실제로 ‘친정몽규’ 세력이 다수 존재한다고 분석한다.
이기헌 민주당 의원은 24일 현안질의에서 “한국 축구는 현대가 빠지면 아무 의사 결정을 할 수 없는 무기력한 단체가 됐다"며 "이제는 끊어야 한다. 한국 축구는 충분한 자생력을 갖고 있다. '몽'자 집안이 축구협회를 놔야 한다"고 꼬집었다.
정몽규 회장의 4선 연임 여부는 결국 스포츠공정위원회와 문체부의 결정에 달려 있다. 만약 정 회장이 출마할 수 있게 된다면, 그는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될 것이다. 그러나 여론의 압박과 정부의 대응이 그의 연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