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N KOREA 스포팅뉴스 (The Sporting News Korea) 최민준 기자 | 최근 메이저리그(MLB)에서 '어뢰 배트'(torpedo)가 큰 화제를 모았다. 기존 배트와는 다른 설계 방식으로 타자의 스윙을 돕겠다는 취지에서 등장한 이 배트는 이제 MLB 내에서 새로운 타격 도구로 주목받고 있다.

어뢰 배트, MLB를 흔들다
일명 '어뢰 배트'라고 불리는 이 배트는 기존 배트보다 스위트 스팟*을 손잡이 쪽으로 더 가까이 옮기고 그 지점에 질량을 집중시킨 이 배트는, 일반적인 배트와는 전혀 다른 실루엣과 타격감을 지닌다.
지난 달 30일(한국시간) 양키스가 밀워키 브루어스를 상대로 홈런 9개를 퍼부으며 20-9 대승을 거둔 이후, 양키스 전담 방송사 YES 네트워크 아나운서 마이클 케이가 “양키스 선수 몇 명이 새로운 배트를 들고나왔다”고 언급하면서 이 배트는 더욱 화제를 모았다.
일부 선수들은 이 배트를 “볼링핀 같다”고 표현하며 흥미를 드러냈고, 팬들 사이에서는 ‘마법의 배트’라는 수식어까지 붙었다.
*스위트 스팟(Sweet spot) : 스포츠에서 야구 배트, 테니스 클럽, 탁구 라켓 등에 공이 맞았을 때 가장 멀리 날아가는 부분을 의미하는 스포츠 용어이다.

홈런왕의 선택, "어뢰 배트보다 기존 배트"
양키스의 홈런 수치를 비약적으로 상승시킨 이 '어뢰 배트'의 마법에 동참하지 않는 이도 있다. 바로 2024 정규시즌 홈런왕과 MVP를 동시석권한 애런 저지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이 새로운 배트를 실제로 들어보긴 했지만, 자신의 선택은 분명했다. “나는 기존 배트가 더 맘에 든다.”며 기존 배트 사용을 고수했다.
저지의 이 한마디는 단순한 취향의 문제가 아니다. 그는 타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편안함과 일관성이라고 믿는다. 그에게 있어 배트는 도구일 뿐, 본질은 자신이 공을 어떻게 맞히느냐에 달려 있다. 아무리 새로운 배트가 과학적으로 설명된 장점을 지녔다 해도, 그것이 자신의 타격 리듬과 감각을 흔든다면 선택할 이유가 없다. 저지는 ‘배트가 마법을 부리는 시대’라는 환상에 브레이크를 건다.
린하르트, 혁신의 중심에서 겸손을 말하다
이 배트를 만든 사람은 단순한 야구인이 아니다. 에런 린하르트 현 마이애미 말린스 필드 코디네이터는 미시간대에서 전기공학 학사를, MIT에서 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은 이력의 과학자 출신이다. 그는 미시간대에서 물리학 교수로 재직하다가 2017년부터 야구계에 뛰어들었고, 2018년부터는 양키스 마이너리그 팀 타격코치로 활동하며 프로의 문을 열었다.
2022~2023년 마이너리그에서 타격 보조코치로 일하며, 린하르트는 중요한 데이터를 포착했다. 많은 타자들이 기존 배트의 이상적인 스위트 스팟보다 손잡이에 가까운 위치에서 공을 자주 맞추고 있었다. 그는 이를 바탕으로 스위트 스팟을 조정한 새로운 배트를 고안했고, 그 결과물이 바로 어뢰 배트다.

하지만 린하르트 역시 마법을 말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는 조심스럽게 선을 긋는다. “타격 도구보다는 타자와 코치가 더 중요하다. 공을 때리는 건 결국 타자다. 마법사는 있어도 마법의 배트는 없다.”
"마법사는 있어도, 마법의 배트는 없다"
에런 저지와 에런 린하르트. 두 사람은 어뢰 배트를 둘러싸고 전혀 다른 입장에 선 듯 보이지만, 결론은 같다. “마법 같은 배트는 없다.”
타격은 도구가 아니라 사람의 문제다. 배트는 기술을 보완할 수는 있지만, 결코 능력을 대신해줄 수는 없다. 린하르트가 배트를 설계한 이유는 타격 데이터를 기반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고자 했던 것이지, 마법을 부리기 위함이 아니었다. 저지 역시 자신의 감각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자신이며, 결국 경기에선 익숙한 도구가 중요하다는 현실을 이야기하고 있다.
새로운 시도가 주는 흥미는 충분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새로운 배트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는 있어도, 홈플레이트 위의 결과를 책임지는 것은 오직 타자다. ‘어뢰 배트’는 실험이고 도전이지만, 본질은 늘 그 자리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