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SN KOREA 스포팅뉴스 (The Sporting News Korea) 최민준 기자 | 한국 축구는 과연 대륙 최고 대회를 개최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대한축구협회(KFA)는 최근 2031년 아시안컵 유치를 공식 선언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연임 성공과 동시에 유치 의향서를 제출하며 대회 개최를 향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정작 국내 K리그 경기장에서는 잔디 상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축구 경기의 기본 요소인 잔디조차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아시안컵 유치는 과연 실현 가능한 목표일까?
K리그 잔디는 '지뢰밭'? 선수들 부상 공포 확산
최근 FC서울과 김천 상무의 K리그1 3라운드 경기가 열린 서울월드컵경기장은 최악의 잔디 상태로 선수들의 불만을 샀다. 서울 공격수 제시 린가드는 패인 잔디에 걸려 넘어졌고, 선수들은 경기 내내 불균형한 그라운드에서 애를 먹었다. 서울 김기동 감독도 "잔디 문제는 시즌 개막전부터 제기됐다"며 "조기 개막으로 인해 전국적으로 얼어있는 잔디가 많고, 이는 선수들의 부상 위험을 키운다"고 우려를 표했다.

팬들도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서울시설공단 홈페이지에는 "이런 잔디에서 어떻게 정상적인 경기가 가능하냐"는 지적이 빗발쳤다. 축구는 90분 내내 잔디 위에서 펼쳐지는 스포츠다. 하지만 정작 한국 축구는 그 기본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K리그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 축구 '레전드' 기성용도 한탄, "이렇게 좋은 잔디에서 뛰고 싶다"
K리그 경기장 잔디 문제에 대한 비판은 현역 선수들뿐만 아니라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베테랑 선수들에게서도
나오고 있다. 최근 축구 유튜브 채널 '이스타티비'가 공개한 영상에서 기성용(35)은 백승호(27)가 속한 잉글랜드 3부리그(리그원) 버밍엄시티의 훈련장 잔디 상태를 보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기성용은 "이렇게 좋은 잔디에서 훈련하고 너무 부럽다. 선수들이 얼마나 좋겠냐"며 "사실 한국 선수들은 좀 안타깝다. 계속 얘기를 해도..."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어 "보니까 서울월드컵경기장은 80억 원을 벌어서 2억 원을 (잔디에) 쓴다고 한다. 그게 말이 되냐. 이거 꼭 내달라. 생각해 보니 진짜 열받는다"며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그는 "그게 말이 안 되는 거다. (여기 잔디는) 내가 선수라도 지금 축구화 신고 나와서 뛰고 싶다"며 한국 경기장과 비교되는 현실을 꼬집었다.
2031 아시안컵 유치 선언한 정몽규 회장
이런 상황에서 대한축구협회는 2031년 아시안컵 유치 의향서를 제출했다. 정몽규 회장은 4연임에 성공한 직후 유치 의사를 공식화하며 한국에서의 대회 개최를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 한국은 1960년 이후 70년 가까이 아시안컵을 개최하지 못했다. 개최를 통해 국제적 위상을 높이려는 의도는 이해되지만, 기본적인 경기 환경도 정비하지 못한 채 대회를 유치할 수 있을까?

AFC는 개최지 선정 과정에서 경기장 인프라를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다. 하지만 한국은 K리그 경기장조차 관리가 부실한 상황이다. 경쟁국들은 어떨까? 호주, UAE, 인도네시아, 쿠웨이트 등이 유치 의향을 밝히며 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 중앙아시아 3개국(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도 공동 개최를 추진하며 인프라 개선에 나섰다. 반면 한국은 무엇을 준비했는가?
'K리그가 개선돼야 아시안컵 유치 가능할 것'
아시안컵은 단순한 국제 대회가 아니다. 아시아 축구의 중심을 결정하는 무대다. 하지만 지금의 한국 축구는 유치에만 집중할 뿐, 대회를 치를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대한축구협회와 지자체는 유치 선언 전에 경기장 환경부터 개선해야 한다.

선수협 김훈기 사무총장은 "일본 J리그는 추춘제 전환을 위해 100억 엔(약 970억 원) 규모의 지원금을 마련한 것으로 안다"며 "한국도 잔디 관리와 경기장 환경 개선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시설공단도 문제 해결을 위해 열선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예산 문제를 이유로 공청회와 시의회 논의를 거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몽규 회장은 연임 직후 "한국 축구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겠다"며 아시안컵 유치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기본적인 경기장 환경조차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현실에서 유치 선언만으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 대회를 유치하기 전에, 한국 축구가 기본적인 경기 환경부터 갖춰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유치 선언이 아니라 현실적인 문제 해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