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N KOREA 스포팅뉴스 (The Sporting News Korea) 최민준 기자 | 대한축구협회 회장 선거가 정치적 공방을 넘어 법정 싸움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정몽규 후보의 4연임 도전이 치열한 경쟁 속에서 법원의 결정과 맞물리며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정몽규 후보는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비방과 선거 지연 행위를 멈추고 경선에 집중하자”고 강조했다. 하지만 경쟁 후보인 허정무 전 대표팀 감독과 신문선 명지대 초빙교수는 선거 절차의 불공정성을 주장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정 후보의 중징계 문제와 선거인단 확대 여부가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서울=연합뉴스
법원의 결정, 정몽규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
정몽규 후보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요구한 중징계 대상자다. 지난해 11월, 문체부는 대한축구협회 감사 결과를 발표하며 정 후보를 포함한 주요 인사들에게 자격정지 이상의 징계를 요구했다. 대한축구협회 정관에 따르면 자격정지 이상의 징계를 받은 인사는 협회 임원이 될 수 없다. 이를 근거로 허 후보와 신 후보는 정 후보의 후보 자격을 문제 삼았다.
하지만 대한축구협회는 문체부의 징계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협회는 지난달 21일, 징계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동시에 징계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도 함께 냈다.
법원은 11일, 협회의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했다. 재판부는 “처분이 그대로 집행될 경우,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할 필요가 있다”며 협회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따라 본안 소송이 끝날 때까지 정 후보에 대한 징계 효력이 정지됐다. 사실상 선거일까지 후보 자격을 유지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 허정무 대한축구협회장 후보. /서울=연합뉴스
선거 연기와 선거인단 확대 논란, 정몽규의 대응
이번 대한축구협회 회장 선거는 당초 1월 8일 치러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허정무 후보 측이 제기한 선거 금지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인용되면서 선거는 26일로 연기됐다.
허정무 후보와 신문선 후보는 선거인단 수를 현행 194명에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정몽규 후보는 “선거가 50일 가까이 지연되면서 협회의 중요한 결정들이 미뤄지고 있다”며 선거인단 확대 논의를 선거 후로 미루자는 입장이다. 하지만 그는 “당선 이후, 선거인단 개편을 검토할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정몽규 후보가 선거인단 개편을 언급한 것은 의미가 크다. 원래 선거인단은 24명이었으나, 정 후보의 주도로 현재 194명까지 늘었다. 하지만 경쟁 후보들은 여전히 대표성이 부족하다며 더 많은 선거인단 구성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 후보는 “선거인단이 1천 명, 2천 명이 된다고 해도 20만 축구인을 완전히 대표할 수는 없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 대한축구협회(KFA). /서울=연합뉴스
법원의 결정이 표심에 미칠 영향은?
법원의 집행정지 결정은 정몽규 후보에게 유리한 국면을 형성했다. 만약 법원이 신청을 기각했다면, 정 후보의 출마 자체가 불가능할 수도 있었다.
한 축구계 관계자는 “아직 본안소송이 남아 있지만, 법원의 이번 판결로 정 후보의 불안 요소가 상당 부분 해소됐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변수는 여전히 남아 있다. 문체부는 이번 행정소송이 성립할 수 없으며, 결국 각하될 가능성이 높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만약 선거 전에 본안소송이 각하된다면, 정 후보의 자격 문제는 다시 도마 위에 오를 수 있다.
이번 선거는 대한축구협회의 미래뿐만 아니라 축구 행정 전반의 개혁 방향을 결정할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각 후보들의 공방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