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여자축구연맹 오규상 회장, WK리그 운영 포기 선언…'16년 역사' 미래는?

  • 등록 2024.11.15 16:2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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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실업축구 WK리그...사실상 프로리그
리그 포기로 확보한 자원 '행정 강화·유소년 육성' 투입

 

TSN KOREA (The Sporting News Korea 스포팅뉴스) 이슈보도팀 | 16년간 이어온 한국 여자축구리그의 근간이 흔들릴지도 모른다.

 

5선이 유력한 한국여자축구연맹의 오규상 회장이 다섯 번째 임기를 앞두고 내년 시즌부터 여자 실업축구 WK리그 운영을 포기한다고 발표했다. 재정난과 인력 부족을 이유로 한 이번 결정은 한국 여자축구의 최상위 리그로 자리 잡아온 WK리그가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음을 나타낸다.

 

오 회장은 14일 인터뷰에서 "우리 연맹은 본래 순수 아마추어 단체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으며, WK리그 운영은 더 이상 지속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초중고 유소녀 축구 선수들의 육성에 집중하기 위해 WK리그와의 분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WK리그는 연맹이 명문 팀인 이천 대교의 2017년 해체 이후 창녕WFC 운영을 떠맡으면서 재정적 부담이 가중됐다. 특히 최근 몇 년간 문화체육관광부의 보조금 감소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후원사의 이탈은 연맹의 재정난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국세청 공익 법인 공시에 따르면 2021년까지 매년 약 30억 원에 이르던 보조금은 2022년 25억 원, 지난해에는 20억 원으로 줄어들었다. 창녕WFC 운영에만 매년 최소 12억 원이 소요되었고, 연맹은 이를 유지하기 위해 자체 예산을 사용해야 했다. 대한축구협회의 지원금으로 겨우 운영을 이어왔지만, WK리그 지속 운영은 재정적 한계를 넘어서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현재 연맹은 4명에 불과한 인력으로 운영되며, 전문적인 마케팅, 홍보, 재무 및 국제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심각한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대한축구협회와 협력해 독립적이고 자립적인 행정 구조를 마련하고, 지방자치단체나 정부 보조금 의존에서 벗어난 자립적 재정 구조를 구축하려는 계획도 발표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오 회장은 지난해 재미동포 여성 사업가이자 워싱턴 스피릿(미국), 올랭피크 리옹 페미닌(프랑스), 런던시티 라이어니스(잉글랜드) 구단주로 활동 중인 미셸 강 회장과 접촉했다. 오 회장은 재정적 역량과 비전을 갖춘 강 회장에게 WK리그 운영 전권을 맡기는 방안을 검토했다. 

 

미셸 강 회장은 실제로 WK리그 팀 인수나 창단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권에 연고지를 물색하며 리그 발전을 위한 논의를 진행했으나 행정적 장애로 인해 구체적인 단계로 나아가지는 못했다. 이는 WK리그가 운영적으로 상당한 난관에 부딪혀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한국 여자축구의 열악한 현실은 단순히 재정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여자축구 '레전드' 지소연(시애틀 레인)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장은 이러한 상황에서 여자 축구 선수들의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소연은 최근 국내 대회에서 선수들이 라커룸이 아닌 화장실이나 천막에서 옷을 갈아입어야 하는 현실을 지적하며 "우리 여자축구가 '안 될 사업'으로 여겨지는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며, 기본적인 시설조차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어린 선수들에게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WK리그와 유사한 시기에 출범한 잉글랜드 여자 슈퍼리그(WSL)는 잉글랜드축구협회(FA)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꾸준히 성장해 왔지만, WK리그는 발전이 정체된 상태에 머물렀다. WSL은 약 539억 원에 달하는 예산을 투자하며 리그를 성장시켰지만, WK리그는 경기당 평균 관중 수 261명에 그치며 수익 모델 개발에 실패해 재정적 자립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는 WK리그의 지속 가능성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오 회장은 WK리그 운영 포기를 통해 확보한 자원을 행정 역량 강화와 유소녀 축구 선수 육성에 투입할 계획을 밝혔다. 그는 "지금이 변화의 적기이며, 연맹의 독립적이고 자립적인 조직으로의 재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맹은 대한축구협회와의 협력을 통해 독립적이고 지속 가능한 재정 구조를 마련하고, 지방자치단체나 정부 보조금에 의존하지 않는 자립적인 행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WK리그의 미래는 각 구단이 자체 법인을 설립하거나 대한축구협회가 나서야 하는 등 축구계 전체의 협력이 필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이는 한국 여자축구가 직면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중대한 과제가 될 것이다.

 

 

글=최민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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