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N KOREA (The Sporting News Korea 스포팅뉴스) 온라인뉴스팀 | "안 될 사업이란 인식에서 해볼 만한 사업으로 바꾸고 싶다"
지소연(시애틀 레인)은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 회장으로서 여자 축구 선수들이 마주하는 열악한 환경 개선을 위해 최전선에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지소연은 국내 대회 중 탈의 공간이 없어 선수들이 화장실이나 천막에서 옷을 갈아입는 현실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했다. 그는 "우리나라 선수들은 라커룸이 없어 화장실이나 천막에서 옷을 갈아입는 일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외국에서는 이런 상황이 큰 문제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언제부터 이 상황이 당연시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이제는 변화가 필요한 때다. 어린 선수들에게는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8월 전국여자축구선수권대회는 국내 최대 규모의 여자 축구 대회로, 전국 61개 팀이 참여했다. 그러나 경남 창녕스포츠파크에서 진행된 대회는 폭염 속에서 선수들에게 기본적인 시설조차 제공되지 않아 논란이 일었다. 탈의실이나 라커룸이 부족해 선수들은 천막 아래에서 옷을 갈아입는 상황이 벌어졌고, 처음에는 화장실이 탈의 공간으로 사용됐지만, 줄이 길어지면서 천막으로 향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이 문제는 국제축구선수협회(FIFpro)가 웹사이트를 통해 '여자 선수들이 사람들 앞에서 옷을 갈아입어야 하는 현실'이라는 주제로 문제를 제기하면서 국제적으로도 주목받았다.
지소연은 일본, 영국, 미국 등 여자 축구 선진국에서 오랜 시간 활동하며 국내와의 차이를 체감해 왔다. 그는 "한국 여자 축구의 문제는 시설뿐만이 아니다. 여러 가지 문제가 얽혀 있어 해결이 쉽지 않다"고 토로하며, 남자 축구 선수협회 회장인 이근호와 함께 공동회장으로서 선수협을 이끌고 있다. 지소연은 "해외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는 부분들이 한국에서는 일상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제는 더 이상 이를 묵과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WK리그와 잉글랜드 여자 슈퍼리그(WSL)는 각각 2009년과 2010년에 출범해 유사한 시기를 가졌지만, 현재 두 리그는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WK리그는 대한축구협회 산하 여자축구연맹이 운영하며 발전이 정체된 반면, WSL은 잉글랜드축구협회(FA)가 책임지고 운영해 꾸준히 성장해 왔다. FA는 예산의 20%에 해당하는 약 539억 원을 여자 축구에 투자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에 반해 WK리그는 수익 모델 개발에 실패했고, 경기당 평균 관중은 261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지소연은 "관중 수나 인프라를 비교해 보면 차이가 천양지차다. WK리그가 정체된 이유는 제대로 된 수익 구조가 마련되지 못한 데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지소연은 "남자 선수와 동일한 임금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리그든 대표팀이든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틀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WK리그 선수들의 연봉이 10년째 변동이 없음을 지적하며, 신인 선수들 역시 낮은 연봉에 머물고 있다고 설명했다. 명목상 WK리그 최고 연봉은 5천만 원이지만, 절반 이상의 신인 선수들이 2천만 원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현실은 큰 문제로 지적된다.
지소연은 이러한 환경 개선을 위해 힘쓰는 선수협의 활동을 소개하며, 여자 축구의 처지를 개선하기 위해 '자체 시상식'을 개최할 계획을 밝혔다. 2024시즌 여자 실업축구 WK리그 시상식은 11월 14일 강남구 더 리버사이드 호텔 노벨라홀에서 열리며, 베스트 11과 최우수선수(MVP) 등을 선정해 시즌 동안 고생한 선수들을 격려할 예정이다. 지소연은 "여자 축구에 대한 관심 부족이 근본적 문제다. 우리가 나서야 하는 이유는 이러한 인식 자체를 바꾸는 데 있다"고 강하게 말했다.
그는 끝으로 "우리나라 여자 축구는 '안 될 사업'이라는 인식이 깊다. 하지만 해볼 만한 사업으로 바꿔 나갈 수 있다고 믿는다"고 결연한 의지를 밝혔다.
글=최민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