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N KOREA (The Sporting News Korea 스포팅뉴스) 이슈보도팀 |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와 대한축구협회(이하 축구협회) 간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문체부는 지난 2일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서 절차적 하자가 있었다는 중간 감사 결과를 발표했고, 이에 대해 축구협회는 즉각 반박하며 입장 차이를 드러냈다. 이 과정에서 국제축구연맹(FIFA)도 한국 정부와 협회의 갈등에 개입하며 징계 가능성을 언급해 사태는 더욱 복잡해졌다.
문체부 감사 결과에 따르면, 홍명보 감독의 선임 과정은 규정과 절차를 위반했다. 최현준 문체부 감사관은 “축구협회가 홍 감독을 선임하면서 권한이 없는 이임생 기술총괄이사가 최종적으로 감독 후보를 추천하는 등 면접 과정이 불투명하고 불공정하게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국가대표 감독은 전력강화위원회의 추천을 통해 이사회가 선임해야 하지만, 이번 홍 감독 선임 과정에서는 전력강화위원회가 아닌 이임생 이사가 선임 절차를 주도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이임생 이사는 당시 전력강화위원장을 맡고 있던 정해성 위원장이 홍 감독을 1순위로 추천한 뒤 사임하자 선임 과정을 마무리했다. 문체부는 “정 위원장이 사퇴한 이후 이임생 이사가 감독 후보와 면담 및 협상을 진행한 것은 규정에 어긋난다”며 “면접 과정에서 질문지나 참관인이 없이 단독 면담이 이루어진 점도 절차의 투명성을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문체부는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홍 감독과의 계약이 무효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며 최종 결정은 축구협회가 자율적으로 내리길 바란다고 밝혔다.
축구협회는 문체부의 감사 결과 발표 4시간 만에 입장문을 내고 정면 반박했다. 협회는 “감독 추천 권한이 없던 이임생 이사가 전력강화위원회의 사퇴 이후 후보와 면담 및 협상을 진행한 것은 전임 위원장이 추천한 1~3순위 후보를 이어받아 협의한 것일 뿐, 선임 과정에서의 절차적 문제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또 홍명보 감독과의 면담 과정에서 참관인 및 면접 자료가 남지 않은 것은 당시 홍 감독이 소속팀(울산 현대)과 계약 상태에 있었기 때문에 타 후보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제안이 이루어졌다고 해명했다.
문체부 감사와 FIFA 경고까지... 축구협회의 향방은?
홍명보 감독 선임 논란은 국제축구연맹(이하 FIFA)의 징계 가능성으로 더욱 주목받고 있다.
FIFA는 지난달 30일 아시아축구연맹(AFC)과 공동 명의로 축구협회에 공문을 보내 “회원 협회는 독립적으로 운영돼야 하며, 제삼자의 간섭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정관 조항을 언급하며 문체부의 감사와 국회의 압박이 축구협회의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FIFA는 과거에도 정치적 개입이 확인된 국가의 축구협회에 대해 자격 정지 등의 징계를 내린 전례가 있어 이번 사태가 자칫 한국 축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문체부는 이러한 FIFA의 경고에도 “협회의 독립성은 존중하지만, 절차상 문제는 바로잡아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문체부 관계자는 “FIFA 규정을 충분히 고려해 감사가 이루어지고 있다”며 “감독 선임 절차뿐만 아니라 비리 축구인 사면 철회, 천안축구종합센터 건립 보조금 집행, 지도자 자격 관리 등 전반적인 축구협회 운영 실태를 감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이달 말 최종 감사 결과 발표와 함께 관계자 문책 등의 처분 수위를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몽규 축구협회장은 이 같은 논란 속에서도 요지부동이다. 최근 그가 출간한 책 ‘축구의 시대’에서도 축구에 대한 열정을 드러냈지만, 축구협회 운영 및 부실한 참모진 선택 등 관리자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그가 축구협회장 4선 연임에 도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러나 퇴진 여론이 높아진 상황에서 문체부의 감사 결과와 FIFA의 경고가 정 회장의 거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이제 공은 축구협회에 넘어갔다. 축구협회가 자체적으로 홍명보 감독 선임과 관련된 절차적 문제를 해결하고 FIFA의 징계 위험을 피해갈 수 있을지, 혹은 계속된 갈등 속에서 더 큰 혼란이 야기될지 한국 축구의 미래가 주목되고 있다.
한편, FIFA는 현재 팔레스타인축구협회(PFA)의 요청에 따라 IFA의 차별 혐의에 대해 조사를 시작해 이스라엘축구협회(IFA)에 대한 징계를 검토 중이라고 전해졌다. 이번 조사 배경에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의 분쟁이 있으며, 팔레스타인은 전쟁의 여파로 월드컵 예선 홈 경기를 국외에서 치르고 있는 상황이다.
FIFA 징계위원회의 제재가 확정될 경우, 이스라엘은 UEFA 네이션스리그와 월드컵 예선에 참가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스라엘축구협회(IFA)는 팔레스타인 측의 이러한 행보를 정치적 위협이라고 반발하며 반대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