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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과달라하라의 두 역사…태극전사 첫 승 무대, 안창호 독립정신이 살아있는 도시

108년 전 안창호 선생이 지켜낸 대한제국의 이름
한국 월드컵 첫 승리와 독립운동 역사가 만나는 도시, 과달라하라

 

TSN KOREA 송은하 기자 |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첫 경기에서 한국이 체코를 2-1로 꺾으며 기분 좋은 출발을 알린 가운데, 대표팀의 첫 승이 탄생한 멕시코 과달라하라가 대한민국 독립운동사의 의미 있는 장소로 재조명되고 있다.

 

월드컵을 취재하는 현지 스포츠 매체들은 과달라하라를 멕시코 제2의 도시이자 축구와 문화의 중심지로 소개하고 있다. 한국인들에게 과달라하라는 단순한 월드컵 개최 도시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곳은 도산 안창호 선생이 일제의 압박 속에서도 대한제국의 국적과 정체성을 지켜낸 역사적 공간이기 때문이다.

 

1917년 대한인국민회 총회장이었던 안창호 선생은 멕시코 한인 사회의 초청으로 현지를 방문했다. 당시 멕시코 유카탄 지역에는 1905년 이후 이주한 수천 명의 한인들이 에네켄 농장에서 열악한 노동 환경 속에 생활하고 있었다. 안창호 선생은 현지 교민들을 만나 민족의식을 고취하고 독립운동 조직을 정비하는 데 힘을 쏟았다.

 

특히 그는 해외 동포 사회를 독립운동의 중요한 거점으로 육성하는 데 집중했다. 대한인국민회를 중심으로 교민 사회를 결집시키고 독립자금 모금과 교육사업을 추진하며 국권 회복을 위한 기반을 다졌다. 훗날 대한민국 임시정부 활동으로 이어지는 해외 독립운동 네트워크 구축에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안창호 선생의 멕시코 체류 과정은 그 자체로 독립운동의 상징적 장면으로 평가된다. 순회 활동을 마친 뒤 미국으로 돌아가려 했던 선생은 멕시코시티 주재 미국 총영사관으로부터 대한제국 여권을 인정받지 못했다. 당시 미국 측은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이유로 일본 여권 사용을 요구했다.

 

그러나 안창호 선생은 이를 단호히 거부했다. 국권을 빼앗긴 상황에서도 일본 국적을 인정할 수 없다는 신념 때문이었다. 그는 과달라하라에 약 두 달간 머물며 방법을 찾았고, 이후 멕시코 북부 국경도시 노갈레스를 통해 대한제국 여권을 제시한 채 미국 입국에 성공했다.

 

역사학계는 이를 단순한 입국 절차 문제가 아닌 민족 정체성과 국가 주권을 지키기 위한 상징적 저항으로 평가한다. 나라를 잃은 상황에서도 스스로를 일본인이 아닌 대한제국 국민으로 규정했던 안창호 선생의 선택은 이후 해외 독립운동 세력의 정신적 기반이 됐다.

 

현재 과달라하라의 프란세스 호텔에는 안창호 선생의 얼굴이 새겨진 기념 동판이 설치돼 있다. 1610년 문을 연 이 호텔은 안창호 선생이 머물렀던 장소로 알려져 있으며, 한국 정부가 2017년 방문 100주년을 맞아 기념 동판을 설치했다.

 

최근 수년간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와 배우 송혜교는 멕시코 현지에서 한국 독립운동 역사를 알리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한국어와 스페인어로 제작된 역사 안내서 1만 부를 현지에 기증하고 온라인 콘텐츠를 통해 한인 이민사와 독립운동 역사를 소개하는 활동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오늘 (12일) 월드컵 첫 승을 거둔 장소 역시 바로 이 과달라하라다. 홍명보호는 체코전에서 역전승을 거두며 32강 진출 가능성을 높였고, 태극전사들은 이제 멕시코와의 중요한 조별리그 경기를 준비하고 있다.

 

세계 최대 스포츠 이벤트인 월드컵이 열리는 경기장 밖에는 또 다른 대한민국의 이야기가 남아 있다. 108년 전 안창호 선생이 지켜낸 독립정신은 오늘날 세계 무대에 선 태극전사들의 도전과 맞물리며 특별한 의미를 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