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SN KOREA 송동섭 기자 |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뛰는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현대 야구의 통념을 뒤집는 타격으로 주목받고 있다.
홈런과 장타 생산 능력이 중시되는 이른바 '배럴(Barrel)의 시대' 속에서 이정후는 정교한 콘택트 능력과 뛰어난 배트 컨트롤만으로 리그 정상급 타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정후는 5일(한국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 아메리칸패밀리필드에서 열린 밀워키 브루어스와 원정경기에 5번 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전해 5타수 4안타 1타점 3득점을 기록했다. 샌프란시스코는 장단 20안타를 몰아치며 12-9 승리를 거뒀다.
이날 활약으로 이정후는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개인 최장인 12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이어갔다. 또한 시즌 네 번째 4안타 경기를 작성하며 절정의 타격감을 과시했다.
특히 최근 흐름은 경이로운 수준이다. 허리 근육 부상으로 부상자 명단(IL)에 올랐다가 복귀한 이후 7경기에서 29타수 19안타를 기록하며 타율 0.655를 마크했다. 이는 샌프란시스코 구단 역사에서도 보기 드문 기록이다. 현지 매체들은 1932년 빌 테리 이후 7경기 19안타를 기록한 선수가 처음이라고 조명했다.
부상 전 0.268까지 떨어졌던 시즌 타율은 불과 일주일 만에 0.322까지 치솟았다. MLB 전체 타율 순위에서도 4위까지 올라섰다. 최근 12경기 동안 추가한 안타만 24개에 달한다.
샌프란시스코 구단 역시 이정후의 활약에 높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
토니 바이텔로 감독은 MLB닷컴 인터뷰에서 "이정후는 정말 뛰어난 타자"라며 "시즌 초반보다 타격 자세와 균형을 훨씬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더 주목할 부분은 이정후의 성공 방식이다.
최근 메이저리그는 강한 타구와 홈런 생산 능력을 최우선 가치로 평가한다. 삼진이 늘어나더라도 장타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높은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리그 전체 삼진율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으며, 3할 타자는 점점 희귀한 존재가 됐다.
하지만 이정후는 정반대 길을 걷고 있다.
베이스볼 서번트 통계에 따르면 이정후의 평균 타구 속도는 시속 87.6마일로 리그 하위권에 속한다. 배럴 타구 비율 역시 2.7%, 하드히트 비율은 29.7%로 모두 리그 평균 이하 수준이다. 현대 야구가 강조하는 장타 생산 지표만 놓고 보면 스타 플레이어로 평가받기 어려운 수치다.
그러나 결과는 완전히 다르다.
이정후의 삼진율은 10.6%, 헛스윙률은 14.2%에 불과하다. 이는 각각 메이저리그 상위권에 해당하는 수치다. 타석에 들어서면 어떻게든 배트 중심에 공을 맞혀 인플레이 타구를 만들어낸다는 의미다.
특히 수비수 사이에 떨어지는 플레어 타구와 낮은 라인드라이브 생산 능력이 뛰어나다. 단순히 운이 좋은 타격이 아니라 정확한 타구 방향성과 배트 컨트롤을 통해 안타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평가다.
이러한 유형의 타자는 현재 MLB에서도 많지 않다.
루이스 아라에스, 스티븐 콴 등 일부 선수들만이 이정후와 유사한 콘택트 중심 야구를 구사한다. 이들은 장타보다는 정확성을 무기로 3할 이상의 고타율을 유지하는 대표적인 콘택트 스페셜리스트들이다.
메이저리그가 '홈런 아니면 삼진'이라는 극단적인 공격 야구로 진화하는 가운데 이정후는 가장 기본적인 야구 기술인 정확한 타격으로 존재 가치를 입증하고 있다.
타구 속도와 발사각이 지배하는 시대 속에서도 결국 배트 중심에 공을 맞히는 능력은 여전히 통한다는 사실을 이정후가 몸소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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